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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서
저자 이영수
도서정가 28000원
페이지수 480페이지
초판발행일 2018년 11월 1일
 
간추린 사서 소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 주역을 읽기를 반복하시다가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였다는 뜻이다.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것이 후한(後漢) 4대 황제인 화제(和帝) 때이니, 공자나 그의 제자들 시절에 책이란 그저 가죽끈을 묶은 죽간(竹簡)이었을 것이다.

죽간에 써봤자 무엇을 얼마나 썼을까? 그런데 생각보다 동아시아 집단지성의 원류라 할 공자 일문의 지적 활동은 활발했다. 그들이 정리한 공자의 말씀인 논어(論語)만 해도 20498, 대략 16,000자다. 엄청난 분량이다. 맹자는 이보다 더하다. 대략 35,000자가 넘는다. 흔히들 사서라 일컫는 논어·맹자·대학·중용을 다 합치면 56,617자다. 한자를 한글로 해석하면 분량이 대략 2배 정도 되니, 바쁜 현대인들에게 사서를 늘 가까이에 두고 읽으라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감이 있다. 이치에는 타당해도 현실로 옮기기에 힘이 들기는 도리나 독서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힘이 든다고 포기해버릴 것인가?

무엇이든 인스턴트의 시대다. 하다못해 집밥을 해먹는다는 프로그램을 틀어도 톡톡, 촥촥, 쓱쓱등등 자극적이고 빠른 템포의 단어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인스턴트의 문화적 맥락 속에는 빠름을 의미하는 즉석이라는 뜻도 담겨 있지만, ‘손쉽고 편리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흐름에 조금이나마 다가서고자 노력했다. 사서의 방대한 내용 중 핵심만을 뽑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으니, 깨달음이 있으면서도 손쉽게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필연적 욕구에 고전의 발걸음을 다소나마 맞춰가려는 노력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그 발걸음은 가볍되 깨달음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말해둔다. 공자 사후 2500년 전부터 누적되어 온 동아시아의 집단 기억과, 인간관계와 그 외적 표현인 예법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구석구석 느껴볼 수 있음을 확신한다.

세상이 바야흐로 정이불박(精而不博:정밀하기는 하지만 널리 알지는 못함)’의 시대에서 박이부정(博而不精:널리 알지만 정밀하지는 못함)’의 시대로 바뀌었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각광을 받는 시대다. ‘알쓸신잡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한 것도 그런 흐름의 반영일 것이다.

이 가을, 독자 제현들도 이 책을 통해 성현의 말씀과 함께 하는 기품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보기를 바란다.